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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이란?
    Good writing 2014. 7. 5. 06:00

    행복이란?

    “우리가 찾아 헤매는 행복(幸福)은 어디에 있는 거지?” 그리고 우리 삶에 있어서 “미래는 없다. 현재만 있다. 그럼 좀 삭막할까?”, “과거는 없다. 오로지 현재만 있을 뿐 그럼 좀 허망할까?” 어제 술자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한 말이다. 모임을 파하고 집으로 오면서 가만히 이 말을 곱씹어 보았다.



     

    그러고 나서 집에 와보니 책이 한 권 눈에 들어온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프랑수아 를로르가 쓴 ‘꾸베 씨의 행복 여행’이란 책이다. 환자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 꾸베 씨가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해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깨닫게 되는 행복론이 줄거리다.



     

    여기서 꾸베 씨가 만난 중국의 노승은 이렇게 깨우쳐준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고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결국 행복이란 현재의 순간에 있고, 현재의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자미상의 옛 한시(漢詩)를 하나 소개한다.

    盡日尋春 不見春(진일심춘 불견춘)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芒鞋遍踏 隴頭雲(망혜편답 농두운)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歸來笑然 梅花臭(귀래소연 매화취)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春在枝頭 已十分(춘재지두 이십분)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봄을 찾아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는데 정작 봄은 이미 집 매화나무 가지에 달려있었다는 얘기다. ‘봄’ 대신 ‘행복’으로 바꿔 보면 우리는 멀리 보고 행복을 찾는데, 행복은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1946년 인도를 영국 지배로부터 독립으로 이끈 비폭력 저항운동의 대명사인 ‘마하트마 간디(Gandhi)’는 “신은 바로 코앞에 다가오는 시간까지 지배할 능력을 인간에게 주시지 않았다”고 했다.



     

    어차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걱정만 하고 꿈만 꾸느니, 지금 순간에 집중하고 더 잘 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



     

    그러나 사람이 살다보면 이도저도 별 위로가 안 되는 때가 있다. 또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삶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꽃 피는 이맘때면 몸은 나른해지고 꽃을 봐도 괜히 한숨만 나고 하늘은 너무 청명해서 눈부신데,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증상이 바로 십중팔구 봄을 타는 거다.



     

    이럴 땐 잠깐 짬을 내 사람들 복잡거리는 전통시장을 거닐어 보자. 채소며 생선을 들고 흥정하는 서민들 표정 속에서 나의 모습도 만나고 그러다보면 막혔던 기운이 어느새 도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바쁘더라도 차 한 잔 앞에 두고 평소에 마음을 주지 못했던 한 권의 책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매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 오늘의 행복을 담보로 내일의 행복을 위하는 건 중요치 않다. 따스한 봄볕에 내 몸을 맡기고 살랑거리는 연둣빛 나뭇잎에 다정다감한 눈길을 주면서 여유로운 봄길 산책을 해보자. 그럼 반드시 행복의 여유라는 선물이 내게 다가 올 것이다.
    ‘춘소일각(春宵一刻)이 치천금(値千金)’이라는 소동파의 시구가 있다. 봄밤의 잠깐 동안이 천금에 값할 만큼 귀하고 아까운 것이라는 뜻이다.



     

    짧아서 하루하루가 아쉬운 봄이다. 그렇게 아쉬워할 만큼 봄밤(春夜)은 사람의 마음을 달뜨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감추고 있다. 어젯밤 봄밤의 향기에 취해 넋두리 했던 친구와 가진 행복한 만남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 나를 졸리게 한다.



     

    점심 후 남모르게 훔치는 잠깐 동안의 봄철 낮잠은 왜 이리도 달콤한 걸까. 이것이 바로 ‘사람이 한 평생 산다는 것이 꿈 한번 꾼 것 같이 짧고 허망하다’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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