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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을 어떻게 맞을까?
    Well-dying 2012. 9. 8. 12:13

    임종의 질높이기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 산하 연구소가 2년 전 OECD

    30개국을 포함해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각 나라

    사람들의 '죽음의 질(Quality of Death)' 순위를 매겼다.

    죽음에 대한 사회 인식, 임종과 관련한 법 제도,

    임종 환자의 통증과 증상을 관리하는 치료 수준과

    비용 부담 등 27가지를 지표로 얼마나 품위 있게

    죽음을 맞는가 비교한 것이다. 영국이 제일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한국은 하위권인 33위였다.

    ▶미국 뉴햄프셔주 하노버에 있는 켄달 실버타운에는

    여든안팎 노인 400명이 산다. 이들을 상대로 생명이

    위급하게 됐을 때 심폐 소생술을 받을 의향이 있는지

    물었더니 "받겠다"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미국에선

    이렇듯 심폐 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영양 공급

    장치에 매달리지 않고 아기가 엄마 젖을 떼듯 천천히

    약을 줄이며 눈을 감겠다는 '슬로 메디신(Slow

    Medicine) 운동'이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 해 25만명이 죽음을 맞고 거의

    대부분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의사나

    환자나 환자 가족이나 치료에만 관심이 있지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길

    꺼린다. 의사들은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충실해

    자기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해 환자의 생명을

    늘리는 걸 사명으로 여긴다.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때론 병약한 환자 입장에선 고문에 가까운

    시술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렇게 연장된 생명이

    얼마나 가치 있고 질 높은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다.

    ▶김일순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는 "중환자실에서

    맞는 죽음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피하고 싶은

    죽음"이라고 말한다. 중환자실은 각종 기계의

    숲이다. 중환자실을 오가는 사람들은 온통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함께

    하기도 좀체 힘들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보통

    끝까지 치료받으려고 한다. 한국인들은 평생

    지출하는 의료비의 절반을 죽기 전 한 달, 25%를

    죽기 전 3일 동안 쓴다고 한다.

    ▶많은 선진국에선 "나는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문서를 미리 써두면

    나중에 말기에 이르렀을 때 의료진이 그가 써둔

    의사(意思)에 따라 조처를 하는 제도가 자리 잡았다.

    이를 '사전의료의향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뜻있는 의료계 법조계 종교계 인사들이 모여

    '사전의료의향서 실천 모임'을 7일 띄운다고 한다.

    모임 취지에 공감해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벌써 5300여명이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마감하는 방식을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 마지막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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