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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추 말리기(대본)
    DRAMA(THEATRE)MOVIE 2012. 6. 24. 16:00

     

    고추 말리기

     

    등장인물

     

    홍장군- 박수무당

    수남 - 황씨 가문의 8대 독자

    아내 - 수남의 아내

    모친- 수남의 모친, 아들 손주 보는 게 평생소원

    할매 - 삼신할매

    미연 - 떠돌이 괴소녀. 일명 낙태귀(귀)

    사신 - 저승사자

    부하 - 사신의 부하

    의사 - 여자이면서도 불법 성감별 낙태수술을 한다.

    간호사 - 도무지 표정이 없다.

    누나1 - 수남의 1번째 누나

    누나5 - 수남의 5번째 누나. 귀부인

    누나11 - 수남의 11번째 누나. 여고선생님

    누나12 - 수남의 12번째 누나. 여경

    걸인 - 지하철 거지

    보호자 (남)1

    보호자 (남)2

    보호자 (남)3

    토끼 (여) - 여자로 태어날 뻔 하다가 낙태당해 동물로 환생했다.

    돼지 (여) - 여자로 태어날 뻔 하다가 낙태당해 동물로 환생했다.

    곰 (여) - 여자로 태어날 뻔 하다가 낙태당해 동물로 환생했다.

    - 한 해 동안 성감별을 통해 낙태되는 여아의 숫자가 10만명이 넘는다는 1999년.

     

     

     

     

     

    1장-산부인과

    보호자1,2,3,과 미연이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다. 초조한 분위기.

    잠시 후, 산모들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그럴 때마다 보호자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뒤틀리는 몸짓. 담배를 피우려다가 금연 표시를

    보고 끄기를 반복. 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반면, 미연이는 시종일관 무표정이다.

     

    [보호자1] 초산이십니까?

    [보호자3] 예. (사이) 그 쪽두...?

    [보호자1] 예 (침목) 늦둥이를 보시나 모죠?

    [보호자3] 예?

    [보호자1] 나이가...?

    [보호자3] 이제 겨우 서른입니다.

    [보호자1] 예? 제가 보기에는 마흔은 넘으신 것 같은데...

    [보호자3] 주민등록증 보여드릴까요?

    [보호자1] 아뇨. 그럴 필요까지... (사이) 호적을 늦게 올리셨나요?

    [보호자3] (째려본다)

    [보호자1] 죄송합니다.

    [간호사] (등장) 배숙자씨 보호자분!

    [보호자3] 예! (황급히 간호사에게 간다.)

    [간호사] 아들입니다.

    [보호자3] 만세!!!

    [간호사] 죽었습니다.

    [보호자3] 예?

     

    [간호사] 사산입니다. 죽어서나왔습니다. (퇴장)

    [보호자3] (멍하다)

    [보호자1] (위로한다) 아직 젋으시니까 다음이 있겠죠.

    [보호자3] 너, 네가 몇 살 인줄 알아? (분만실로 퇴장)

    [보호자1] ...?

    대기실로 들어서는 수남과 아내, 모친

    분만실 쪽에서 들리는 여자의 통곡. 함께 우는 보호자3의 소리까지.

    참 서럽게 운다.

    [수남] 무슨 소리에요?

    [보호자1] 아이가 죽어서 나왔데요.

    [모친] 에그... 쯧쯧쯧...

    [보호자1] 아들이었답니다.

    [모친](더 크게) 에그 에그 에그으... 쯧쯧쯧...

    [수남] 엄마... 왠지 불길한데요.

    [모친] 시끄럽다. 그 말에 부정 탈라.

    [아내] (배를 움켜잡고 금방이라도 애가 나올 듯이 고통을 호소한

    다) 수남씨...

    [수남] 별 일 있을라구...(아내를 부축하고 분만실 쪽으로 걸어간다)

    [모친] (초초해 하며 왔다갔다 한다)

    [보호자1](왔다 갔다 하다가 모친과 부딪친다)

    서로 화내려 하는데 간호사 들어온다.

     

    [간호사] 허영자씨 보호자분.

    [보호자1] 예

    [간호사] 아들입나다.

    [보호자1] 만세!!!

    [간호사] 죽었습니다.

    [보호자1] 예?

    [간호사] 산모도 중탭니다. (퇴장)

     

    분만실에서 들리는 보호자3의 곡성, 보호자1도 벌써 울음소리를 내

    며 분만실로 들어간다. 두 커플의 곡성소리. 걱정스레 나오는 수남.

    이때, 반대편에서 등장하는 홍장군.

     

    [수남] (친근하게) 홍장군님.

    [모친] 바쁠텐데 뭘 여기까지 왔어?[홍장군] 와야죠. 8대 독자 수남이네 일인데. (수남에게) 나왔어?[수남] 곧 나온답니다.

     

    분만실 안에서 곡성.

     

    [홍장군] 죽었네.

    [모친] 응

    [홍장군] 둘 죽었네.

    [보호자2] (눈이 동그래서 홍장군을 쳐다본다)

    [수남] (보호자2에게) 유명한 무속인이세요. 홍장군이십니다.

    [홍장군] (보호자2에게) 많이 죽었네, 여기.

    [모친] 그래?

    [홍장군] 쯧쯧쯧... 공동묘지가 무색해.

    [모친] 이번엔 꼭 아들 낳아야 해. 수남이가 8대 독자야. 손주 못

    보면 난 죽지도 못해.

    [홍장군] (주변을 둘러보다가 보호자2를 쳐자본다)아버지가 물에

    빠져 죽었네.

    [보호자2] (놀랐다)

     

     

    [홍장군] 마흔 살 넘길 때까진 힘들겠어.

    [보호자2] 예? 마흔 살 넘으면요?

    [홍장군] 괜찮아.

    [보호자2] (못 믿겠다는 듯 외면한다)

    [홍장군] 배에 칼자국 있지?

    [보호자2] (배를 움켜줜다)

    [홍장군] 세 군데 . 등에도 한군데 있고.

    [보호자2] (놀라 바닥에 쿵 주저앉는다)

    [홍장군] 허...참... 남의 일 봐주느라 고생이 많네.

    [보호자2] 예,,,?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홍장군] 지금 나올 애가 당신 애가 아냐. 알지? (사이) 알지?

    [보호자2] (인상을 쓰며 고개를 끄덕인다)

    [간호사] (등장) 추성녀씨 보호자분

    [보호자2] (말없이 다가간다)

    [간호사] 아들입니다.

    [홍장군] 죽었지.

    [간호사] 사산입니다.

    [간호사] (손을 들어 만세 시늉) !

    [간호사] 산모는 건강합니다.

    [보호자2] (신경질적으로 분만실로 들어간다)

     

    아이 울음소리.

     

    [홍장군] 나왔네.

    [의사] (피투성이 옷을 걸친 채, 몰골로 등장)

    [수남] 예!

    [의사] 살았네요.

    [모친] 고추요?

    [의사] 공줍니다.

    [모친] 망했다. (털썩 주저않는다)

    [수남] 산모는요...?

    [의사] 건강합니다. 힘 세 번 주더니 쑤욱 낳아 버렸어요. 태어나는

    아기마다 죽어나가서.. 살아나온 아기의 부모를 보고 싶었네

    요. (냉소적으로) 축하합니다. (퇴장)

    [모친] 아이고.. 아이고,,,

    [수남] 엄마. 고정하세요.

    [모친] 줄줄줄 딸만 다섯이라니... 당장 여섯째 가질 준비해!

    [미연] (겉으로는 표시가 안 나게 웃는다. 징그러운 웃음소리)

    [홍장군] 이 소린 뭐에요?

    [모친] 소리는 무슨 소리? 또 딸이오. 딸 우는 소리!

    [수남] 홍장군 왜 그러세요?

    [미연] (징그럽게 웃음을 흘린다) 흘흘흘

     

    암전

     

    2장-지하철역

    어둠 속에서 들리는 지하철의 안내방송,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

    조명이 커지면 걸인이 동냥을 하고 있다. 그 옆에 미연이 앉아 있다.

     

    [미연] 수서, 수서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은 아이를 낳아 주시길 바랍니다.(주변에서 이상한 인기척을 느끼고 퇴장)

    [할매] (무엇가를 찾으며 등장)미연아! 미연아! (걸인에게) 미연이 못

    봤어? 그 년이 얼굴은 희고 예뻐.

    [걸인) (동냥그릇을 보이며)한 푼만 주시면 말해주지요.

    [할매] 진짜 미연이 봤어?

    [걸인] 그럼요?

    [할매] (걸인을 한참 쳐다보다가) 어디서 거짓말을 해! 애 죽이지

    말고 똑바로 살어

    [걸인] 할매! 돈 없음 말지. 왜 승질이요? 미치려면 똑바로 미치쇼.

    [할매] 노름하다가 거지가 된 주제에... 돈 주면 술 퍼먹고 노름하

    고 마누라 팰 거잖아! 딸 낳은 게. 니 마누라 잘못이냐?

    [걸인] (깜짝 놀란다. 조용히) 할매, 점치는 분이요?

    [할매] 니가 요렇게 생겨서 내가 아들 안주는 거야!

    [걸인] 그럼 어째요? 딸만 줄줄 낳았다고 울엄마가 맨날 구박하는

    데...

    [할매] 마누라가 다음 달에 또 애 낳아. 그 애가 집안을 살릴꺼야.

    돈 많이 벌꺼야.

    [걸인] 그래요? 아들인가요?

    [할매] 아들이 아니면 죽일꺼여? 잘 키워. 느그 집안 일으켜 세울

    꺼야. 그 놈이 번 돈으로 니네집 삼대가 먹구 살어.

    [걸인] 정말요? 이 놈이...

    [할매] 허튼 맘 품지 말고 낳아.

    [걸인] (큰 절을 올린다. 감격하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퇴장)

    [할매] 그나저나 미연이는 어딨냐? (관객 하나를 지목하여)이년보

    다 쪼까 어릴 거여. 미연이 몰라?(관객이 모른다는 느낌을

    주면) 아니. 왜 몰라..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삼신할매여!

    니두 내가 궁둥짝을 두들겨서 세상 내보낸 거야. 니 궁둥짝

    퍼런 거 내가 때려서 그래!

    [홍장군] (등장) 삼신할매! 자꾸 천기누설할 꺼야?

    [할매] (잠시 홍장군을 보다가) 가던 길 가! (자리에 앉는다)

    [홍장군] 식사는 했어?

    [할매] (관객에게) 미연이 못 봤어? 그 년이 얼굴은 희고 이뻐!

    [홍장군] 또 그 소리... 식사 안했음 일어나. 요 국밥집이라두 가게.

    (부축하려 한다)

    [할매] (홍장군을 밀며) 미연이 찾아와!

    [홍장군] 미연이? 전에도 말했잖아. 난 어렸을 때 단짝 신미연밖에

    몰라. 개는 얼굴이 검고, 안 이뻐!

    [할매] (때릴 듯이) 가!

    [홍장군] 밥 안 사주고 그냥 간다. 진짜야!

    [할매] ......

    홍장군은 지페돈을 할매 손에 주지만, 할매는 돈을 던진다. 홍장군

    은 재미있다는 듯 할매와 장난을 친다. 순간 멈추는 할매.

     

    [할매] (밖을 번갈아 쳐다보며) 다 죽여라, 다 죽어라! 장관할 놈도

    죽이고 똥장군 헐 놈도 죽이고 강도 헐 좀도 죽이고, 그래!

    다 죽여라! 점지해 줬으면 해준 대로 금이야 옥이야 잘 키

    워야지! 죽이긴 왜 죽여! 천하에 갈갈이 찢겨 짐승 밥이 돼

    도 시원찮을 놈들!

     

    이때, 할매가 바라본 쪽에서 등장하는 산부인과 여의사.

     

    [할매] (의사를 바라보며) 백정이 따로 없구나. (계속 중얼 거린다)

    [의사] (가던 길을 멈추고 할매를 바라본다)...?

    [홍장군] 할매 코에도 피 냄새가 나? 하! 피 냄새란 씻는다구 가시

    는 게 아닌 모양이네.

    [의사] 무슨 말씀이세요?

    [홍장군] 사실은 이 핼매가 삼신할맨데. 당신 같은 여자는 요절을

    내야 한 대요.

    [의사] (화내며) 누가 누굴 왜 요절을 내요?

    [홍장군] (할매를 보고) 뭐? 천 갈래 만 갈래 찢어 죽여? 그래서,

    뭐? 꼬챙이를 달아서 여기 저기 널어놔야 한다구?

    [의사] (깜짝 놀라) 아니.. 이 아저씨가... (밖을 향해) 경찰! 경찰!

    [홍장군] (할매를 보고) 뭐? 저 여자한테 아기를 점지해 줘?

    할매, 저 여자가 누군 줄 알아? (한숨) 염라대왕이 내려와

    서 고개 꾸벅하고 갈 사람이야. 성감별해서 딸이라구 죽

    이라 하고, 처녀가 애 뱃다고 죽이라고 하고... 왜 저런 여

    자한테 아기를 점지해 줘?

    [여의사] (등장하며)아저씨. 나랑 같이 경찰서에 가요.

    [홍장군] (할매에게) 할매! 나, 가야겠다. 밥 꼭 챙겨 먹어!(퇴장)

    [여의사] 아저씨! 아저씨! 거기서! 야!(홍장군을 쫓아 퇴장)

     

    미연이 등장해 조용히 뒤따라간다. 할매는 미연을 그냥 스쳐가도록

    내버려둔다. 사이. 뒤이어 쫓아 가는 할매.

     

    [할매] 미연아! (퇴장)

     

    음산한 분위기에 등장하는 사신과 부하.

     

    [사신] 방금 여기서 있었는데 ... 방금...

    [부하] (관객을 향해) 삼신할매 봤소? 어디로 갔는지 아는지요?(관

    객이 할매가 나간 쪽을 가리킨다) 감사합니다. 나리. 저쪽으

    로 간 것 같습니다.

    [사신] 잠시만.. 기운이 느껴진다. 여러 개다..

    [부하] 예? 삼신할매가 여러 명이란 말씀인가요?

    [사신] 아니.. 저승을 가지 못라고 떠도는 귀신이 있어.

    [부히]이곳에요?

    [사신] 새즉비생 이요, 사즉비사 라.. 살아도 산

    게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게 아니로세.

    [부하] 기집애입니까?

    [사신] ...낙태귀야.. 삼개월도 되기 전에 낙태해버렸어. 한

    이 보통이 아니야. 처녀귀신은 쨉도 안되지. 그 애 때문에

    남자애들이 살아서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어서 태어나지.

    [부하] 그 여자애 때문에 삼신할매가 이승으로 온 거군요...?

    [사신] (미연이 앉았던 자리로 가서 기운을 더 받는다) 미연이...

    [부하] 예? 미연이요?

    [사신] 유난히 큰 경기를 받고 태어난 애야. 왕건이 고려를 세울

    때, 개벽을 일으킬 인물이였는데, 적들이 죽이려했어. 그의

    모친이 피신하여 산기슭에서 몰래 낳았는데, 짐승에게 잡혀

    먹었지. 그 뒤로 험하게 돌고 돌아 지렁이도 되고, 뱀도 되

    고 소도 되었다가 천년이 지나 1851년 덕천군수 민치록의

    딸로 태어났어.

    [부하] 그럼 그 아이가? 명.성.황.후?

    [사신] 천년을 돌고 돌아 개벽시키려 했는데 한낱 왜놈 칼잽이들에

    게 난자를 당하고 육신이 불 살려 죽어.

    [부하] 삼신할매가 얼마나 속상했을까...?

    [사신] 그 아이 때문에 삼신할매가 식음을 전페하고 정신이 오락가

    락 할 지경이였지. 결국 보다 못해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지. 그런데, 아뿔사! 고르고 골라 점지해 준 그 부모라는

    것들이 이번엔 딸이라는 이유로 유산을 시켰네. 단지 아들

    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쌓인 한이 폭발할 지경이야. 최근

    지구온난화현상알지?

    [부하] 그럼요. 인간이 자연을 훼손해서 지구가 따뜻해지는 것 아

    닙니까? 자연을 보호해야 합니다.

    [사신] 인간의 잘못이긴 잘못인데, 그 잘못이 아니야.. 미연이의 한

    때문에 그런 거야.

    [부하] 미연이요?

    [사신] 힘이 말두 못하게 세어졌어. 서둘러야겠다. 할매도 찾아야하

    고, 미연이도 찾아야해. 그나저나 어디로 갔다고?

    [부하] (관객에게) 어디랬죠? (미연이 나간 쪽을 향해) 저쪽입니다!

    [사신] (관객을 보며) 거짓은 아니군! 가자!

     

    사신과 부하, 퇴장.

    암전

     

     

    {3장-홍장군의 점집

    홍장군, 점을 치고 있다. 모친이 그 옆에서 기도를 드린다.

    홍장군, 기운을 받아 종이에 무언가 미친듯이 써내려 간다. 모친이

    감격스러워 조심히 받아든다.}

     

    암전

     

     

    4장-수남의 집

    모친, 기도를 드리고 있다. 조용히 들어오는 수남과 아내.

     

    [모친] (눈은 감은 체. 종이를 건낸다)

    [수남] 이게 뭐에요?

    [모친] 길일이야. 암순이 백일 지나고 다음 돌아오는 보름날 있지?

    그날 축시 한 가운데 이르면 두 사람 몸 정갈히 하고 합방

    해. 너가 오른쪽으로 올라가서 왼쪽으로 내려와.

    [아내] 암순이가 누구세요? 어머니.

    [모친] 누구긴 누구야? 니 딸이지.

    [수남] 암순이라... 허.. 거 이름 한번 특이하네요. 첫딸은 재수없다

    고 재순이, 둘째는 창자 꼬인다고 창순이, 셋째는...

    [아내] 딸 그만 낳자고 금순이, 넷째는 한숨만 나오니 한순이...근

    데, 암순이는 왜 암순이에요?

    [모친] 이도 저도 생각 안 나고 하기 싫고 해서 그냥 아무렇게나

    암순이야!

    [수남] (웃는다) 왜요? 차라리 에라순이 그러시지...

    [모친] (째려본다) 에라이 이 놈아!

    [수남] 어머니, 아무리 보기 싫은 손녀딸들이지만 이름을 그렇게

    지어요?

    [모친] 기집들 이름 암케나 지음 어때서?

    [아내] 평생 달고 다닐 이름인데..

    [모친] 못난 것...(퇴장)

    [수남] (사이) 미안해..

    [아내] 뭐가?

    [수남] 뭐긴... 8대 독자 남편만나 아들 낳느라 고생하고, 그 남편

    위로 시누이 12명 비유 맞추느라 고생하고, 시어머니 잔소

    리 들으며 시집살이하느라 고생하고...

    [아내] 고등학교 막 졸업해서 그렇게 가고 싶었던 대학도 포기하고

    시집가고, 몸 풀기 바쁘게 또 애기 가져서 나이 서른 하난

    데도 벌써 애 다섯을 둔 엄마가 되고... (웃음) 난 후회 안

    해.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데.

    [수남] 정말?

    [아내] 정말!

    [수남] 진짜?

    [아내] 진짜!

    [수남] 애를 다섯이나 낳았는데... 수진이 몸에서 김치 냄새, 마늘

    냄새 나는데... 수진아, 넌 어떻게... 아직까지... (사이) 섹시

    하냐? (신파같이) 수진이,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

    (뽀뽀하려고 한다)

    [아내] (신파같이) 수남씨. 누가 보면 어쩌려구요.

    [수남] 보긴 누가 봐? 수진이. (아내를 허리를 감싼다)

    [아내] 아잉~ (뽀뽀하려고 하는데, 관객을 가리키며) 누가 우리

    를 보고 있는 거 같애.

    [수남] 누구? 아무도 없어~ (뽀뽀하려고 한다)

    [아내] 사람 숨소리가 들려. 난 사람 숨소리가 나면 뽀뽀 못해.

    [수남] (관객에게) 저기요. 뽀뽀 끝날 때가지는 숨 쉬지 마쇼. 입

    막고 코 막고! (아내에게) 됐지?

    [아내] 수남씨, 우리 뽀뽀가 한 번 시작하면 30분은 하는데, 저 사

    람들 숨넘어가. 죽어.

    [스남] 아하! 그렇지.

    [아내] 그냥 우리 불 끄고 해요~

    [수남] 오케이! 자, 암전!

     

    암전

     

     

    5장- 동물원

    토끼, 돼지, 곰과 함께 미연이가 심각하게 있다. 동물은 상징적인

    이미지로 표현할 수도 있다.

     

    [토끼] 하루 종일 피곤했겠다.

    [미연] 생각해 줘서 고마워.

    [돼지] 사신이 내려왔어.

    [미연] 알아

    [곰] 피해아지

    [미연] ... (그저 동물들을 어루만진다)

    [토끼] 우린 널 도와 줄 수도 없어.

    [미연] 알아. (사이. 토끼에게) 넌 태어났으면 뭐가 되고 싶었어?

    [토끼] 간호사. 분만실에 있는 간호사가 되어서 천사같은 아이들을

    늘 볼꺼야. 아!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미연] (돼지에게) 넌?

    [돼지] 대통령 엄마.

    [미연] 뭐? 대통령이면 대통령이지. 하필 대통령 엄마야?

    [돼지] 여기 한국은 여자가 대통령되는 게 힘들잖아. 뭐, 대통령이

    될 자신은 없고, 대신 대통령 아들을 키우려구. 온 국민으로

    부터 사랑받는 그런 대통령이 되게 할 거야.

    [토끼] 이 나라에서 정말 큰 꿈이구나.

    [돼지] 아!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미연] (곰에게) 넌?

    [곰] 난 킬러가 됐을 거야.

    [돼지] 사람 죽이는 사람? 그럼 산부인과 여의사랑 다른 게 뭐냐?

    미련 곰탱이.

    [곰] 아주 잔인하고 표독스러운 여자 킬러.

    [미연] 킬러...

    [곰] 나를 임신하고 나서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의사 흉내) 어?

    안 보이네?

    [돼지] 뭐가?

    [곰] (의사 흉내) 아, 꼬추말입니다. (제 목소리) 그 소릴 듣고는...

    죽였어.. 나를...

    [토끼] 난 8개월 됐는데 끄집어내더라. 내 심장에 주사바늘을 찌르

    는데 갑자기 온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워지더니 내장부

    터 녹기 시작하는데 그리고 검은 쓰레기 봉지에 날 쌌어.

    그렇게 버려졌어.

    [미연] 용서하지 않을 거야. 우리를 싹뚝 잘라 버린 부모들을 용서

    하지 않을 거야. 꼬추들을 다 말려 버릴 거야. 내가 다 처단

    할거야.

    [곰] 말려! 죽여!

    [돼지] 따끔한 맛을 보여 줘!

    [토끼] 미연아, 꼬추를 말려! 꼬추를 말려 버려!

     

    암전

     

     

    6장-지하철역

    걸인이 열심히 구걸을 하고 있다. 그 옆에 미연이 않아있다. 미연이

    밖에 인기척을 느끼고 퇴장하면 할매 들어온다.

     

    [할매] (무대 밖에서) 미연아! 미연아! (음식을 먹으며 등장)

    [홍장군] 할매! 그러다 체한다니까. 앉아서 천천히 먹고 찾아.

    [할매] 시간이 없어. (관객에게) 미연이 봤어? 어디? (미연이 나간

    쪽을 가리키며) 저기? 정말? (관객을 유심히 본다) 음. 맞

    네. (걸인을 발견하고) 넌 왜 또 여기 있냐?

    [걸인] 아! 삼신할매!

    [할매] 집구석으로 안 들어가?

    [걸인] 나 지금 일하러 나왔어.

    [할매] 무슨 일?

    [걸인] 구걸!! 할매 말대로 다음 달에 멋진 놈 태어나니까 돈 벌어

    야지. 그러지 말고 적선 좀 해주라.

    [할매] 이 놈! 내가 멋진 놈 점지해줫으면 니가 나한테 돈 줘야지!

    [걸인] 어? 그런가?

    [홀장군] 할매, 또 천기누설했어? (한숨)

    [걸인] 당신은 누구요?

    [홍장군] 나? 삼신할배다.

    [걸인] 아이구.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홍장군] 안녕이구 뭐고, 이렇게 구걸해서 번 돈으로 키운 놈은 멋

    진 놈이 안돼.

    [걸인] 정말요? 그럼. 뭘로 돈 벌까요?

    [홍장군] 사지가 멀쩡한데 뭐가 걱정이야. 정신 차리고 뭐든 열심

    히 일하면 되지. 청소부라도 해.

    [걸인] 청소부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홍장군] 내가 누구냐?

    [걸인] 삼신할배요!

    [홍장군] 어서 가봐.

    [걸인] (환하게 웃으며) 네! (나가려한다)

    [홍장군] (걸인을 잡으며) 그리고 멋진 놈이 아니라 멋진 년이야.

    [걸인] 또 딸이에요?

    [할매] 딸이 어때서? 그 년 때문에 거지가 정신차리고 사람됐는데.

    [걸인] 맞습니다. 딸이면 어때요?! 감사합니다. 삼신부부님!(퇴장)

    [할매] (홍장군에게) 삼신부부?! 누구 맘대로 니가 삼신할배냐?

    [송장군] 저도 싫습니다. 제가 더 어린데, 손해지요.

    [할매] 미연이나 찾아와. 미연아!

     

    할매 나가려는데. 사신과 부하가 들어온다.

     

    [사신] 여. 이리 옮기셨구만/ (사이) 미연이 못 봤수?

    [할매] 뭐하러 여길 와?

    [부하] 대왕마마가 화가 많이 나셨어요.

    [할매] 내가 잡아서 알아듣게 말할 테니, 어서 가!

    [사신] 안 가지! 못가지! 태어나는 거야 할매 소관이지만 죽는 건

    우리 소관, 자기 한 풀라고 사내만 뱃다 하면 죽이고, 딸 낳

    으면 멀쩡하니.

    [할매] 어쩔려구!

    [사신] 다시는 윤회의 자리에 들지 못하고 연기가 되는 거지.

    [부하] 완전 소멸! 영의 죽음!

    [할매] 내가 딸 삼는대니까.

    [사신] 위할 생각 마. 거기까지 다쳐.

    [할매] 뭐가 어째? 이놈이 듣자듣자 하니까 감히 날 어쩌겠다구?

    (사신과 부하를 때리려고 한다)

    [사신] (피하며) 할매! 할매! 이봐, 삼여사!

    [부하] 할머니~

    [사신] 미연일 말리지 않으면 세상이 엉망이 된다구!

    [할매] (멈칫. 사이) 알지. 누가 모른대? (사이) 불쌍한 애야.

    [사신] 살생의 업을 쌓는 잡귀를 보고 불쌍타?

    [홍장군] 미연이는 지금 인간이 되고 싶은 거요. 인간의 옷을 입으

    려하는 몸부림 말이오. 생각해보시오. 인간이 뭐요? 인간

    의 생이란 게 뭐요? 알콩달콩 지지고볶고 엎치락뒤치락

    오락가락 싱글벙글 고만고반... 당신들에게는 소소한 인간

    들이 아니요.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그 작은 꿈, 꾸게 해주시오.

    [사신] 홍장군이라고 했나?

    [홍장군] 이름만 장군이지, 안은 홍시처럼 약한 인간이오.

    [사신] (사이) 할매. 홍장군. 인간 세상에 더 이상 나쁜 일이 생기

    지 않도록 알아서 해주게. 나 가이. (부하에게) 가자.

    [부하] 어디루... 뫼실까요?

    [사신] 돈암동이 어디냐?

    [부하] 거기는... 왜...?

    [사신] 신세한탄하며 자살하려는 놈 있다. 잡귀 되기 전에 잡아서

    올려야지.

    [부하] 예이, 나리.

    [사신] 충무로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야 되겠구나.

    [부하] 잘 아시네요? (사신과 부하 퇴장)

    [홍장군] 진짜 미연일 딸 삼으실꺼요?

    [할매] 내 딸 삼으면 미연이는 연기가 되지 않고 다시 윤회의 자리

    로 갈 수 있어.

    [홍장군] 오!

    [할매] 가자.

    [홍장군] 어딜?

    [할매] 어디긴 어디야? 미연이 찾으러!

     

    할매와 홍장군, 퇴장.

    암전

     

    7장-거리

    미연이를 쫓는 할매와 홍장군의 추격 장면.

    숨는 미연이가 쫓겨 다니다가 잡히면 광기에 울부짖으며 슬퍼한다.

    그녀를 위로하는 삼신할매. 미연은 이내 조용히 삼신 할매의 따스한

    마음에 분노를 없앤다.

    암전

     

    8장 -수남의 집

    10개월 후.

    모친과 누나11(수남의 11번째 누나)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다.

     

    [모친]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 그게 뭔 소리야 ? 니 아버지가 정

    말 그러드란 말이냐?

    [누나11] 몇 번을 말해야 되우?(아버지의 말투로 융내 내어 ) "도박에

    술에 재산까지 다 팔아먹고, 심지어 수남이나 며늘아기 까지

    화병으로 제 명에 못 죽고, 더 큰 일은,.....

    [모친]...더 큰일은?

    [누나11] 거기까지였어요.

    [모친] 내가 뭣 땜에 도박에 술에 재산을 다 팔아먹냐?

    [누나11] 모든 재산이 엄마 이름 앞으로 되어 있으니까...

    [모친] 이거 사람 환장할 노릇이다.

    [누나11] 엄마, 나한테만 말해 봐 . 뭐 일 저질렀수? 곗돈 떼였수?

    [모친] 아, 이것아. 내가 뭣 땜에 그런 헛짓을 해?

    [누나11] 아들 못 낳는다고 도박하고 술 마시나?

    [모친] 아니 그 양반은 왜 느닷없이 니 꿈 속에 나타나서는, 그런

    되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니? 죽어서도 말썽이다. 그 양반.

     

    이때, 누나12(수남의 12번째]와 누나5(수남의 5번째)가 들어선다.

     

    [누나11] (두 사람을 보고) 어마나 , 웬일들이우? 그것두 나란히?

    [누나12] 요 앞에서 만났어.

    [모친] 참 별일이다. 전화 한통도 비싸게 하는 것들이 , 명절도 아닌데

    웨일들로,....

    [누나5] 수남이 괜찮아?

    [모친] 수남이가 왜?

    [누나5] 수남이가 요즘 나쁜 짓 해?

    [모친]허.. 참.. 얘는 또 왜 그러냐?

    [누나5] 꿈에 아버지가...

    [누나11] 어머! 언니도 꿈에 아버지가 나왔어?

    [누나5] 너두?

    [모친] 뭐라 그러셨는데? 빨리들 말해 봐.

    [누나5] (아버지 융내로) '아들이 큰일 낸다. 우리 가문에 큰 악재가

    낀 해가 있는데, 바로 올해다. 아들을 보았다간 그 놈이

    커서'...

    [누나11] 수남이 다 컷는데?

    [누나5] 그러시곤 가버리셨어.

    [누나11] 우리 집안에 현재 남자라고는 수남이뿐인데...

    [누나12] (자신의 꿈 얘기를 툭 말한다) '심줄이라 그 망하는 꼴

    다보고! 죽는 것도 아니고'

    [모친] 막내, 넌 뭔 소리냐?

    [누나12] 내 꿈 얘기. 아버지.

    [모친] 뭐? 아니, 이 양반이 죽어서두 술 마시나? 무슨 얘기를 여기

    찔끔 저기 찔끔 질질 흘리구 댕겨?

    [누나5] 엄마, 우리집 큰일 났다. 이게 웬일이야? 이걸 어째?

    [누나12] 가만 가만... 정리해 보면 어젯밤 꿈에 모두 아버지가 나

    나타나 이상한 말씀을 한 대목씩만 해주시고 사라지셨다.

    이 말인데... 이거 완전 퍼즐 맞추기네. (뭔가를 보고)또 한

    조각 나타났다.

     

    성큼성큼 누나1째가 들어 온다.

     

    [누나1]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동생들이 못마땅하서) 이년들아,

    인사나 좀 하구 살자. 언니 얼굴에 똥 묻었냐? 쳐다보고

    만 있게?

    [모친] 이 년은 에미한테 인사도 하기 전에 상소리냐?

    [누나1] (거칠게) 왜 보자마자 시비에요?

    [모친] 그러는 니 년은 왜 동생들 보자마자 시비야?

    [누나1] 니 년이 뭐요? (버럭) 그렇게 말을 쓰니 큰 화를 당하지?

    [모친] 뭐 이년아!

    [누나1] 나도 낼 모래면 할머니 된다고요.

    [모친] 야 이년아, 곧 할머니 될 년이 에미 앞에서 보자마자 상소

    리하고 눈깔에 흰자 비치고 달려들어?

    [누나1] (울분에 악쓴다) 엄마!

    [누나5] (누나1에게) 언니.. 진정해.. 또 괜히 이런다.

    [누나1] 내가 진정하게 됐니?

    [모친] 진정하지 마라, 이년아.

    [누나5] (모친을 말리며) 엄마! 왜 그래? 오랜만에들 보면서...

    [모친] 차라리 눈 앞에 안 뵈는 게 나야.

    [누나1] 누군 보고 싶어서 온 줄 알아요? 엄마가 큰 화를 당한대!

    [누나11] 아버지가?

    [누나5] 아버지가 뭐라시는 데?

    [누나1] ‘니 어머니가 제일 큰 화를 입는다. 명줄이 고래’

    [누나들] (웅성거린다) 고래? 고래가 뭐야? 아이, 몰라. 세상에, 세

    상에. 못 살아. 어떡해...

    잠시들 침묵.

     

    [누나12] 누가 제일 먼저야?

    [누나5] 내가 제일 먼저 인거 같애. ‘아들이 큰일 낸다. 우리 가문

    에 큰 악재가 낀 해가 있는데, 바로 올해다. 아들을 보았다

    간 그놈이 커거 ...(다른 언니들을 둘러본다)

    [누나11] ‘도박에 술에 재산 다 팔아먹고, 심지어 수남이나 며늘아

    기까지 화병으로 제 명에 못 죽고, 더 큰 일은‘ ...

    [누나11] ‘니 어머니가 제일 큰 화를 입는다. 명줄이 고래’

    [누나12] ‘심줄이라 그 망하는 꼴 다 보고! 죽는 것도 아니고’

    [모친] 죽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뭐가 어쨌단 말이야? 그게 끝이

    야? 그 꼴 다 보고 죽는 것도 아니면, 뭐란 애기야?

     

    정적. 휴대폰 벨소리. 누나11이 헨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 받는다.

     

    [누나11] 여보세요... (놀라며)언니!

    [누나5] 누구야?

    [누나11] 미국LA 둘째 언니.

    [누나12] 아버지, 간밤에 미국까지 가셨어?

    [누나1] (누나11에게) 잔말 말고 말이나 빨리 이어보라구 해!

    [누나11] 응... 뭐라 그러셨는데?

    [누나12] 죽는 것도 아니고...

    [누나11] ‘몇 년 더 치매로 고생하다가 텅 빈 방에서 혼자 쓸쓸히

    죽는다. 올해 아들을 보았다간! 그러나‘... (사이) 응? 거기

    까지야? 그러나가 뭐야? 무슨 말이 그래?

     

    이때, 휴대폰 소리. 누나5가 받는다.

     

    [누나5] 오냐, 넌 줄 알았다.

    [누나12] 누구야?

    [누나5] 영금이.

    [모친]영금이? 일본 오사카에 있는 아홉째한테 전화왔어?

    [누나5] 그래. 나 다섯째야. 딴 소리 집어치우고 아버지가 뭐라

    그러든? ‘딸을 낳으면 우리 가문에 낀 그 액이 막음된다.

    부디 딸을 낳아라. 끝‘ 알았다. 나중에 연락하마.(끊는다)

     

    침묵. 정적.

     

    [누나1] 띠어라.

    [누나12] 언니. . .

    [누나1] 두말 할 거 없어. 띠어. 우리 집안도 수남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어머니야.

    [누나12]. . . 벌써 7개월인데,....

    [누나1] 7개월이든 10개월이든!

    [누나12] 고작 꿈 얘기 갖구 다 만들어진 애를 죽이라 이 말이야?

    [누나] 얼굴도 모르는 조카 하나 죽여서 우리 엄마 살린다.

    [누나5]일단 수남이 오면 함께 얘기해 보구...

    [모친] 낳는다.(모두 모친을 처다본다) 멀쩡히 생긴 애를 죽이다니.

    그게 무슨 되먹지 않은 소리야. 나, 딸 열둘 낳도록 그런 생각

    못해 봤고, 며느리가 “어머니” 이번에두 딸 같아요... 해두 난

    낳으라고 했다. 내가 그렇게 뱃속의 애기 죽였으면 니들

    하나두 이 세상에 없어. (사이) 낳는다.

    [누나11] 엄마...

    [모친] (눈시울 시큰하게) 니네들 할머니, 내 시어머니! 그 양반이

    나한테 어찌하든? 니들두 그 할머니 생각나쟈? 내가 그 양

    반 모시고 오십년을 살았어도 웃는 모양 한 번을 못 봤다.

    죄인처럼 살았지. 그러니 내가 너희들이 어찌 보이겠냐?

    (사이) 사람들이 딸만 열둘 낳은 년이라 욕해도... 그래도...

    나는 ... 너희들이 내 보물이다...

    [누나들] 엄마..(운다)

    [모친] 아이는 낳는다. 게다가 아들이야.

    [누나12] 그걸 어떻게 알아?

    [모친] 내가 태몽하나 꾼게 있고, 니들 아버지가 그렇게 난리 친거

    보면 필시 아들이다.

    [누나1]잡놈될 놈이에요.

    [모친]그래도 씨는 뿌리겠지. 그럼 대는 이어지고 제사상이야

    차리겠지. 그럼 됐다.

    [누나11]집안 망한대요.

    [모친] 그리 안되게 내가 많이 이뻐해 줄란다. 안되면 쫓아다님서

    말리면 되지.

    [누나1] 세상일이란 게 가는 길이 있어요. 결국에는....

    [모친] (말을 자르며) 됐어. 그만해. 다들 돌아가.(하늘을 올려다보고)

    영감....난 인제 할 일 다 했수. 됐수? 벼락맞을 영감탱이

    같으니....속 시원하우? 난중에 올라가서 봅시다

     

    모친, 퇴장. 모두 어쩌지 못하고 무겁기만 한데, 서서히 암전.

     

    9장 - 그 산부인과

    밝아지면 보호자 1,2,3와 모친,수남이 보인다. 그 간호사가 나온다.

     

    [간호사] (등장) 배숙자씨 보호자분!

    [보호자3] 예! (황급히 간호사에게 간다)

    [간호사] 토끼같이 귀여운 딸입니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합니다.

    [보호자3] 네......(운다. 휴지를 뽑아 눈물콧물을 닦아 버린다)

    [보호자1] 딸이라 서운해서 우시나봐요. 아직 젊으시니까

    다음이 있겠죠

    [보호자3] (웃는다) 아니요. 결혼한지 20년만에 태어난 자식입니다.

    딸이든 아들이든 뭐가 중요합니까? 여보~ (분만실로

    들어간다)

    [보호자]1] 결혼한지 20년? 그럼 나이가 몇이야?

    [간호사] (등장) 허영자씨 보호자분.

    [보호자1] 예!

    [간호사] 곰같이 씩씩한 아들입니다.

    [보호자1] 만세!!!

    [간호사] 축하드립니다.(퇴장)

     

    보호자1 퇴장. 홍장군과 할매, 등장.

     

    [홍장군] 나왔어요?

    [모친] 아직.

    [수남] (할매를 보고) 이분은 누구에요?

    [홍장군] 삼신할매요. 인사하세요~

    [수남] 예? 삼신할매요? (어색하게 인사하고는 궁시렁 거린다)

    [할매] (보호자2에게 다가가서) 삼신할매 처음 봐?

    [보호자2] (눈이 동그래져서 삼신할매를 쳐자보며 조용히) 네.

    [할매] 이번엔 당신 자식 맞아. 의심하지마.

    [보호자2] 정말요?

    [할매] 원하는 데로 잘 태어날꺼야

    [보호자2] 정말... 그럴까요?

    [간호사] (등장. 보호자2에게 가서) 추성녀씨 보호자분이시죠?

    [보호자2] 예. 아니 어떻게 아셨어요?

    [간호사]돼지처럼 토실토실한 아기들이 아빠를 쏙 닮았네요.

    [보호자2] 하하....(웃다가 정적) 아기들...이요?

    [간호사] 쌍둥이입니다. 네쌍둥이. 왕자님두분, 공주님 두분.(퇴장)

    [보호자2] 만세!!!(눈물을 휴지로 닦아 버리고,퇴장)

    [수남] (할매에게) 삼신할매, 우리는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할매] 나한테 그걸 왜 물어? 언제 나한테 그런 거 물어보구 낳았어?

    [간호사] (등장) 김수진씨 보호자분!

    [수남] 예!!!

    [간호사] (침묵.사이) 딸입니다

     

     

     

    다들 침통한 분위기.

     

    [할매](간호사에게 다가서며] 간호사양.(차트를 가리킨다. 다시 보라는

    눈짓을 보낸다.)

    [간호사]어머, 죄송합니다. 아들입니다. 다른 분과 착각했네요.

    죄송합니다.(퇴장)

    [모친](자리에 주저않아 통곡을 한다. 휴지로 눈물콧물 닦아 버린다)

    [수남] (모친에게 다가서며) 어머니, 걱정 말아요. 내가 그렇게 안

    되도록 조심하고 더 사랑해줄게요. 울지마요. 어머니(모친을

    껴안는다)

    [모친] (뿌리치며) 비켜, 이 놈아. 좋아서 이런다. 좋아서. 아이고,

    고생도 끝났구나. 아들이다. 아들. 조상님네, 영감, 동네사람들.

    아들입니다. 만세! 만세!

     

    모친 분만실로 들어가면, 수남 쫓아 들어간다. 홍장군과 할매만

    남는다.

     

    [할매](멀리 바라보며) 미연아, 어떠냐? 좋지?

    [홍장군] 할매, 미연이 누구네 집으로 보냈어?

     

    할매가 관객석을 쳐다보면, 홍장군 따라 쳐다보다가 할매의 시선이

    멈춘 분만실 쪽을 바라본다.

     

    [홍장군] (분만실쪽을 보고 놀라며) 헉! 저 여자?

    [할매] (고개를 끄덕인다)

    [의사] (만삭의 배를 만지며 등장하다가 홍장군을 발견한다) 지하

    철에서 만난... 그.. 아저씨?(놀라서 큰소리로)야! 너 일루와!

     

    의사, 홍장군에게 다가서려 하는데, 진통을 느껴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홍장군은 할매를 끌고 도망가려고 한다. 할매는 홍장군을

    뿌리치고 의사에게 다가간다.

    [할매](의사에게)잘 키운 만큼 큰 인물이 된다.(홍장군에게) 뭐해?

    미연이 나온다.

    [홍장군] 예?..예...

     

    홍장군, 의사를 부축하고 분만실로 간다. 의사는 홍장군의 머리채를

    잡아댕기며 둘이 퇴장.

     

    [할매](사이) 미연아... 곧 보자!(퇴장)

     

    여의사 진통소리, 홍장군 머리뜯겨 아파하는 소리.

    아기 울음소리.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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