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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밤열차 이야기Good writing 2013. 9. 12. 12:21
밤열차 이야기
우리 모두가 밤열차를 타고 인생의 길을 떠났다. 멀고 먼
여정이다. 천 년만이 아니라 만 년을 달리는 야간 열차이다.
그 열차에 탄 사람들은 제각기 정해진 정거장에 내려야
한다, 어떤 이는 60년을 타고, 또 어떤 사람들은 70년이나
80년 동안 같은 열차를 타고 가다가는 정해진 시간에 내려
야 한다. 밖은 어둡다. 내려서 어디로 가는지는 누구도 모
른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길이다.
삶의 열차에서 내린다는 것은 죽음으로 간다는 뜻이며,
죽음 뒤의 사실은 누구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열차에서 죽음의 정거장으로
는 내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가족을 두고 어디로 가느냐고
호소도 해본다. 어둡고 캄캄한 밤인데 어디로 가야 하느냐
고 물어 보기도 한다.
그러나 때가 오면 누구나 밤열차에서 내려야 한다. 열
차는 그대로 달리기 때문에 내린 사람의 운명은 누구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이 인생의 밤열차에서는 꼭 같은 시간에 꼭
같이 내리고 싶어도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같은 순간에
죽음을 택했다고 해도 열차에서 내리면 모두 자기 길을 가
게 되는 것이다.
공존共存이란 삶이 허락된, 열차 안에서 만의 일이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인생의 밤열차를 탄 채 달리고 있다.
백 년쯤 지나면 열차 안 사람은 모두 바뀐다.60년만 지나도
아는 사람들의 얼굴이 반이나 사라져 간다. 그 동안 어두운
열차 밖으로 이미 내렸기 때문이다.
여기 갑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열차를 타고 있는 동안
에 열심히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값진 물건들을 사고 먹을
것을 많이 장만하고 좋은 옷을 입고 살았다. 그러는 동안에
늙었다. 얼마 뒤에는 밤열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안 될 단계
가 되었다.
그는 내리고 싶지 않았다. 먹을 것이 없어서 고생하는 사
람에게 밥 한 그릇도 주지 않을 정도로 아껴 모았던 돈을 어
떻게 하고 내린다는 것인가. 이렇게 귀하게 간직하고 한 시
간도 잊은 일 없이 부등켜안고 있던 물건들을 누구에게 주
고 내린다는 것인가.
그렇게 애태우고 있는 동안에 죽음의 신이 온다. 내릴 순
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갑은 한 번 더 짐 보따리를 부등켜안
아 본 뒤에 밖으로 끌려 나간다. 어둠만이 깔린 밖으로 나가
야 하는 것이다.
남은 가족은 그 돈, 물건, 먹을 것들을 나누어 가진다. 그
리고는 고마운 아버지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열차 안에 타
고 있던 사람들은 말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 중의
한 사람이 말했다. "무척 돈과 물건을 사랑하더니 저것들을
어떻게 놓고 내렸나?" 라고,
을이라는 사람이 같은 열차 안에 타고 있었다. 그는 예술
에 열중하는 일생을 살았다. 젊었을 때는 가난 때문에 굶는
일도 있었고 평생을 호화로이 살아 보지는 못했다. 몇 사람
들의 친구들과 따뜻한 우정을 나누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도 그는 몇 권의 작품과 저작을 남길 수 있었다.
그는 돈이나 물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추울 때는 남
루한 외투로 시간을 채웠고, 더울 때는 땀을 흘리면서 열심
히 원고를 쓰고 있었다.
그도 시간이 찼다. 결국은 밖으로 내리는 운명을 맞은 것
이다. 그는 몇 친구들에게 인사를 나누면서 "좀 더 좋은 작
품을 남기고 싶었는데...," 라면서 작별인사를 했다.
그도 밖으로 내려버렸다. 열차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열차 안 사람들은 그가 내린 뒤 그의 작품과 책들을 읽고
있었다. 모두가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고생은 했지만 우
리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 준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병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열차 안을 수없이 많이 돌
아다녔다. 병든 사람들에게 위로와 약을 주기 위해서였고,
고통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려고 찾아다
녔다.
어떤 때는 자신이 먹을 것을 가난한 사람에게 주기도 했
고, 어떤 사람에게는 말없이 위로의 뜻을 주고 싶어 같이 잠
들기도 했다.
거의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사랑과 봉사밖에 모르는 사
람 같은 인생을 살았다. 누구에게나 같은 미소와 친절과 사
랑을 베풀었다. 마치 그는 버림받은 사람을 위해 이 열차를
타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었다.
그도 때가 찼을 때 열차에서 내렸다. 내리면서 혼자 중얼
거렸다. "고통받는 저 사람들을 좀 더 오래 돌보아주고 싶었
는데...," 라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아쉬워했다. "저분은 좀 더 우리와
같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말했다. "우
리도 저분의 뜻을 받들어 불행한 이웃을 도울 수 있어야 하
는데...,"라고.
우리는 그중 어느 편을 택해야 할까?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인가?
생각하면서...,
전건이
출처 : 演好마을글쓴이 : 전건이 원글보기메모 :'Good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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