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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누
    Folk(tradition) Play 2012. 7. 15. 00:10

    고누

     

    가. 놀이의 개관
    바둑이나 장기의 원시적인 형태로 땅이나 마루, 목침 등에 놀이판을 그려놓고 말을 놓거나 옮기며 승부를 겨루는 놀이이다. 놀이판의 형태와 그에 따른 놀이 방법이 다양해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널리 하던 놀이이다.
    놀이시간과 장소, 연령에 구애됨이 없어 누구나 할 수 있고 놀이하는 과정에서 지능이 발달되는 유용한 놀이이기도 하다.


    나. 놀이의 유래
    고누는 지역에 따라 ‘고누, 고니, 꼬니’(경기), ‘꼰, 꼬누’(전라), ‘꼰’(경상), ‘꼰짜’(제주)라고 불리운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명칭은 ‘고누’이고 한자로는 ‘지기(地碁)’라고 하며 땅에 그리고 천한 사람들이나 논다고 ‘땅장기’라고 낮춰 부르기도 했다.
    천하게 여겼기에 기록하는데 소홀히 해서 자세한 놀이방법이 소개된 책은 없지만 <물보박희>에 ‘우물고노’라는 기록이 보이고 속담에 “우물고누 첫수”란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오래 전부터 널리 행하던 놀이로 보인다. 그밖에 100여년 전에 지은 <<소쇄원>>이란 옛 건물에 1평짜리 방과 마루가 있는데 그 마루에 고누가 그려져 있고 황해도 봉천군 원산리 청자 가마터(10세기 초)에서 참꼬누판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최소한 고려 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놀이로 파악된다.
    놀이방법의 측면에서 보면 바둑의 원시적인 형태로 파악되며 바둑이 삼국시대에 여러 기록에서 보이는 점을 들면 삼국시대 이전부터 하던 놀이로 발생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김홍도가 그린 ‘꼬니(지기도)’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누를 두는 것이 아니라 밤윷을 두는 그림으로 많은 자료에서 고누를 설명할 때 인용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 여겨진다.

    다. 놀이방법
    고누는 그 형태와 방법이 다양한데 이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우물고누와 호박고누와 같이 상대방의 말을 움직이지 못하게 가두면 이기고, 다른 하나는 줄고누와 참고누와 같이 상대방 말을 다 따내면 이기게 된다.
    많은 놀이 가운데 몇가지만 자세히 소개한다.

    1)우물고누(샘고누, 강고누)
    말을 움직여 상대방이 더 움직일 수 없도록 가두면 이기는 놀이로 고누의 기본이 된다. 그리는 형태는 크게 두 가지인데 놀이방법은 모두 같다.

    놀이판을 그리고 바둑돌이나 구분되는 자기 말 두 개를 위 그림의 ㉠,㉡ 또는 ㉢,㉣에 놓는다.
    먼저 하는 사람은 ㉠이나 ㉣에 있는 말을 먼저 움직일 수 없는데 움직이면 바로 놀이가 끝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물고누 첫 수’란 속담이 생겨난 것이다.
    자기 차례가 되었는데 어느 말도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지게 된다.

    2)호박고누(돼지고누)
    우물고누와 마찬가지로 번갈아 말을 두다가 상대방이 더 이상 말을 움직일 수 없게 되면 이기는 놀이이다. 우물고누보다 다양한 수가 있다.
    아래와 같이 땅이나 종이 위에 고누판을 그린다. 그다음 바둑돌이나 구분되는 자기 말 세 개를 ㉠,㉡,㉢과 ㉣,㉤,㉥에 놓는다. 원 안에서는 선을 따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말이 놓여 있던 자리나 상대방 집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우물고누와 같이 자기 차례가 되었는데 어느 말이든 움직일 수 없게 되면 지게 된다.


    3)넉줄고누
    놀이판을 그리고 말을 각자 6개씩 놓는다. 말들은 서로 한발씩 움직여 나가는데 자기 말 2개가 나란히 놓이고 상대편의 말이 바로 옆에 있게 되면 잡게 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모두 따 내면 이기게 된다.

    4)바퀴고누(물레고누, 자동차고누)
    말을 각자 4개씩 놓고 시작하는데 말을 움직이는 방법은 한 칸씩 앞, 뒤, 좌, 우로 갈 수 있지만 대각선으로는 가지 못한다.<그림1>
    네 개의 원이 자동차의 바퀴인데 가다가 바퀴가 시작하는 곳에 닿으면 여러 칸 갈 수 있다.<그림2>
    바퀴를 돌았어도 직선으로만 가야 하고 <그림3> 자기 말이 막고 있으면 바로 그 앞자리나 그 길 아무 곳에 세워 놓는다.<그림4>
    따 먹는 방법은 바로 앞에 상대말이 있다고 따먹는 것은 아니라<그림1> 반드시 바퀴를 돌아야 따 먹을 수 있다. 즉 바퀴를 돌아 여러 칸 가다 상대편 말이 있으면 따먹고 자기 말은 상대말 자리에 놓는다.<그림2> 상대방 말을 모두 따 먹으면 이긴다.

    5)팔팔고누
    그림처럼 각자 8개의 말을 놓고 시작한다. 말은 한칸씩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직선으로 전후좌우 어느 방향이든지 여러 칸 갈 수 있다. 단 대각선으로는 가지 못한다. 말을 움직이다가 자기 말 사이에 상대말이 끼면 따 먹는다. 더 이상 따 낼 말이 없으면 이긴다.

    6)패랭이 고누
    판에 말을 각각 여섯 개씩 놓고 시작한다. 아무 말부터 움직여 10번째에 해당하는 말을 따내고 그 자리에 자기 말을 놓는다. 만약 10번째 지점에 자기 말이 있으면 떼지 못하고 출발점에 되돌아 놓아야 한다. 처음에는 말이 가득 들어차서 쉽게 따 낼 수 있으나 점차 빠져나가면 어떤 말을 움직여야 10번째 상대말이 있을까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움직이려고 든 말로 상대방의 따낼 말이 없다고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지 못하게 규칙을 만들기도 한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검정말은 왼쪽으로 움직여 10번째 흰 말을 따냈고 흰말은 오른쪽으로 움직여 검정말을 따낸 것이다.

    7)포위고누
    상대편의 말을 포위하여 떼내는 방법으로 승부를 겨루는 놀이이다. 말을 6개, 7개, 12개 가지고 놀기도 하는데 도형과 말을 놓는 형식만 다를 뿐 놀이 방법은 같다.
    왼쪽 그림과 같이 6개의 말을 가지고 노는 방법은 말을 놓고 한 번에 한 발씩 움직여 상대편 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포위된 말을 따낸다. 때문에 말 2개를 가지고는 상대편 말을 포위할 수 없으므로 4개의 말을 떼이면 더 이상 놀이를 계속 할 수 없기에 진 것으로 한다.

    8)꽃고누(참고누, 곤질고누, 꼰고누)
    다른 고누와 달리 말을 한 개씩 번갈아 놓아가며 두는 이 고누는 놀이방법이 가장 복잡하고 여러 가지 묘수가 나오기에 가장 재미있는 놀이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누 중에 가장 으뜸이란 의미에서 참고누, 꽃고누라 이름하였다. 먼저 놀이판을 그리고 각각 12개씩의 말을 가지고 시작한다.
    보통 실력이 위인 사람이 대개 흰 말을 갖고 검은 말을 가진 사람이 먼저 하는데 이를 약자선수라고 한다.
    자기 차례가 되면 24개의 교차점인 밭에 말을 한 개씩 놓는다. 놓을 대 나란히 3개가 되면 꼰을 만들 수 있기에 3개가 되도록 놓아야 하고 반대로 상대는 3개가 놓이지 못하도록 놓아 간다. 3개를 나란히 놓는다고 삼형제 꼬니라고도 한다.
    그러다가 세 개가 나란히 놓이게 되면 ‘꼰’이 되는데 꼰이 되면 ‘꼰’이라 외치고 상대방 말 중에서 한 개를 골라서 따낸다. 말을 떼어낸 자리에 ☆표를 하는데 ☆한 곳에는 아무도 놓지 못한다.
    더 이상 놓을 곳이 없을 때부터 놓인 말을 움직여 꼰을 만드는데 이때는 ☆표 한 곳으로 가도 된다.
    자기가 유리하게 판을 짠다고 해서 ‘짤고니’라고 하고 말 하나를 움직여서 두 곳에 꼰을 만들 수 있다고 ‘양수꼬니’, ‘풀딸꼬니’라고 이름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말 하나를 이쪽으로 움직이면 꼰이 되고 저쪽으로 움직이면 또 꼰이 되는 경우를 ‘들랑꼬니’라고 하는데 들랑꼬니가 만들어지면 상대편은 어쩔 수 없이 지게 된다.
    상대방의 말을 다 떼어내거나 상대 말이 3개가 안되게 하면 이긴다.

    라.교육적효과

    종류가 다양하여 놀이하는 사람의 연령과 발달수준에 따라 즐길 수 있고 바둑이나 장기처럼 지능발달에 도움을 준다. 또한 내 말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유리할까 생각하게 되고 다음 수를 미리 예측해서 놀이하기에 추리력과 예측력이 길러진다.
    이 놀이는 놀이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놀이가 성립되지 않기에 놀이규칙을 잘 지키는 가운데 공정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이겼을 때의 승리감은 생활에 큰 활력이 되기도 한다.

    마.기타

    ‘고누’란 놀이이름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을까? 유래에서 설명한 <물보박희>에 ‘우물고노’가 나오는데 이 우물고노는 오늘날 ‘우물고누’의 옛말임을 알 수 있다. 이 고노는 ‘고노다’란 동사에서 온 것으로 <소학언해>에 “높프며 낫가옴을 고노와 막히다‘라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고노와‘는 무엇을 ’꼬눈다‘는 말이고 따라서 ’고노다>고노>고누‘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뚫어지게 볼 때 ‘꼬나 본다’라고 사용하는데 이 놀이에서도 놀이판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꼬나보기 때문에 붙여진 ‘꼬누, 고누’라 이름 붙여진 것이다.

    <<참고문헌>>

    심우성, 『우리나라 민속놀이』, 동문선, 1996.
    이상호, 『전래놀이 101가지』, 사계절, 1999.
    김종만, 『아이들 민속놀이 백가지』, 우리교육, 1993.
    경희대 민속학연구소, 『서산민속지』하, 서산문화원1987.
    과학원/고고학 및 민속학 연구소, 『조선의 민속놀이』, 푸른숲, 1988.



    한국의 대표 놀이 ‘고누’

    『조선의 향토오락』에 소개된 고누를 중심으로


    이상호/ 대표


    불과 30여년전만해도(1970~80년대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 한국 남자들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에 꼰, 꼰자 또는 꼰질이라고 불리운 ‘고누’라는 놀이를 하며 자라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놀이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고 어른들의 기억 속에만 어슴프레 남아있는 잊혀진 놀이가 되었다. 이는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급격한 이농현상과 산업발달, 도시화 현상으로 한국사람 중에 아무도 한가한 사람이 없는 사회변화와 괘를 같이한다.

    고누가 널리 행해지기 위해서는 일단 쉴 짬이 있어야 하고 함께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농사를 짓다보면 한낮에는 무더위로 아무도 밭이나 논에 나갈 수 없다. 약 1~2시간 정도의 짬에 그늘에서 낮잠을 자거나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다고 풍물을 잡히고 여럿이 본격적으로 놀기에도 그렇고 집으로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어려우니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정담을 나누거나 장기나 고누를 두는 것이 제격이었다. 장기는 판과 알이 있어야 하고 놀이방법을 알아야 하며 시간도 꽤 소요되기에 아무런 준비물 없이 땅에 막대기로 그리고 돌이나 나뭇잎을 이용해서 놀기에 고누가 최적이다. 이런 환경에서 고누는 발달할 수 있었고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종류를 늘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일제시대 기록인 『조선의 향토오락』1)에는 고누가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지방에 따른 분포

    지방

    서울

    경기

    충북

    충남

    전북

    전남

    제주

    경북

    경남

    황해

    강원

    평남

    평북

    함북

    1

    14

    7

    8

    9

    11

    1

    5

    8

    2

    8

    6

    5

    1

    86


    전역에서 고루 조사되고 있지만 특히 경기, 충청, 전라, 경상, 강원도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지방에는 평안도를 제외하고 많이 보고되고 있지는 않지만 단지 조사되지 않았을 뿐 널리 행해지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왜냐하면 보고된 지역은 적어도 놀이방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속담에 ‘우물고누 첫수’2)라는 말이 통용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물고누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방법을 알고 둘 수 있기 때문인데 이는 전국분포를 통해서 확인된다. 분포의 측면에서 보면 윷놀이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놀이로 손색이 없다고 여겨진다.


    2)놀이시기에 따른 구분

    시기

    수시

    봄 여름

    여름 가을

    여름

    분포

    68

    1

    1

    16

    86


    수시가 가장 많다는 것은 일상적으로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름이라고 계절을 밝힌 것은 이 시기에 가장 많이 했음을 나타낸다. 수시라고 했을 때 여름도 포함하기 때문이고 두 계절을 밝힌 두 곳에도 여름을 명시하고 있기에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그늘에서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


    3)연령별 분포

    연령

    어린이

    일반남자

    청소년

    어린이, 일꾼

    하층민

    청년

    분포

    33

    24

    6

    4

    2

    1

    70

    하층아동

    농민

    농부, 목동

    1

    14

    1

    16

    34

    38

    6

    5

    2

    1

    86



    아이들이 34곳에 어린이, 일꾼까지 포함하면 40명(46.5%)에 육박하고 일반남자와 농민은 38명에 이르고 어린이 일꾼까지 포함하면 43명(50%)으로 주로 일반 남자 어른과 어린이가 주로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이한 점은 아이들만 놀이한 것이 아니라 남자 어른들도 수시로 이 놀이를 즐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곳곳에 어린이나 어른 모두 남자라고 칭한 것을 보면 주로 남자들이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층 아동, 하층민이라고 구체적으로 지위를 밝힌 것은 서민들의 놀이였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4) 놀이방법에 대한 분석

    여러 지역에서 놀이방법이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전북 정읍에서는 아주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당시의 놀이방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곤지고누, 사마(四馬)고누, 팔팔고누, 패랭이고누, 자동차고누, 호박고누, 강고누 등이 있다. 대강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우선 다음의 그림처럼 말판을 그리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먼저 돌이나 나무로 된 말을 놓고 시작한다. 두 사람이 교대로 말을 말판 위 선의 교차점에 놓는다. 일직선상에 말이 세 개 나란히 놓인 것을 '곤'이라 부른다. '곤'이 나오면 적의 말 한 마리를 제거한다. 제거한 뒤에는 표시를 해서 같은 자리에 다시 말을 놓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해서 서로 말을 앞으로 나가게 한다. 될수 있는 대로 자기쪽의 '곤'을 많이 만들고, 적이 '곤'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데, 말 전부를 잃은 쪽이 진다. (그림-1)

    (2) 사마고누는 서로 네 개씩의 말을 놓고 한 눈금씩 옮겨가 ○○□의 배열이 ㄱ*ㄴ*ㄷ의 자리와 같이 나란히 됐을 때에는 ㉠은ㄷ을 잡아 먹을 수가 있다. 이처럼 하여 적의 말을 많이 먹는 쪽이 이기게 된다. (그림-2)

    (3) 팔팔고누는 각각 여덟 마리의 말이 나란히 있다가, 한 번에 한 눈금씩 나아간다. 일직선상에서 적의 말을 앞뒤로 포위하면 먹어치울 수 있다. 즉 ㉠과 ㉢의 사이에 있는 말이 먹히게 되는 식으로 해서 승패를 가린다.(그림-3)

    (4) 패랭이고누는 서로 여섯 개씩의 말을 쓴다. 자기 자리로부터 세어 열번째가 되는 자리에 적의 말이 있으면 적의 말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적의 말을 많이 따내면 이긴다.(그림-4)

    (5) 자동차고누는 두 사람이 말 네 개씩으로 진행시킨다. 반드시 외곽의 동그라미길을 돌아 처음 만나게 되는 말을 먹게 된다. 예를 들면 그림-5에서 ①은 ㄴ 을, ㄷ 은 ④를 먹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상대의 말을 전부 먹는 쪽이 이긴다.(그림-5)

    (6) 호박고누는 세 개씩의 말을 진행시키는데, 그 진행 도중 길이 막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게 되면 진다. 예를 들면, □가 4, 5, 6에 위치 할때,○가 3, 2, 1의 위치로 나아가 □의 진로를 막으면 □는 지게 된다.(그림-6)

    (7) 강고누는 말 두 개씩을 나아가게 하지만, 가는 도중에 강을 만나면 적의 말도, 자신의 말도 뛰어넘을 수 없다. 그러는 사이에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 쪽이 진다. (그림-7)


    다른 지역에서는 간단하게 종류와 방법을 소개하고 있고 대부분의 지방은 ○○와 같다고만 명시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놀이방법을 종합해보면 우물고누, 4선고누(넉줄고누), 곤질고누가 가장 많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우물고누와 더불어 줄고누도 많이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북 정읍에서 소개된 놀이방법은 오늘날 하는 놀이방법과 거의 흡사한 것으로 보아 예전부터 내려오는 방식이 지금까지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고누를 두는 방식은 크게 길막기형(우물, 호박고누 등), 따먹기형(줄고누, 바퀴고누, 패랭이고누 등), 복합형(참고누, 포위고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복합형이란 길막기와 따먹기가 한 놀이에서 전개되는 것으로 고누 가운데 가장 발달된 형태로 볼 수 있다.

    고누와 같이 놀이판을 그리고 말을 움직여 노는 형태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도를 비롯하여 태국, 네팔 그리고 서양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우리 고유의 놀이로 여겨졌던 우물고누도 몽골의 <낙타의 발굽>3)과 동일하다. 이는 놀이도구의 간편성과 놀이원리의 보편성에 기인한다.

    그러나 놀이판의 다양성, 놀이전개의 독창성 등은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다. 다양성과 독창성이 발현되었다는 것은 우리 정서와 일정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농경을 주로 하던 전통사회에서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른다(盡人事待天命)’는 정서는 생존의 방식이면서 하나의 미덕이요 문화인 것이다. 고누에서는 이 두 가지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어떻게 두는 것이 최선인가(잡혀 먹히지 않고 잡아 먹을 수 있는 수)와 잡혀 먹은 말에 대해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그것이다. 고누판 앞에서 최선의 길을 찾느라 시간을 끌면 상대는 빨리 두라고 재촉하고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조르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그런데 너무 생각을 많이 한 끝에 오히려 잡혀 먹혔을 때 한쪽에서는 땅을 칠 것이고 다른 한 쪽에서는 쾌재를 부를 것이다. 만약 막걸리 내기라도 걸리거나 주위에서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다면 한 수 한 수에 침이 마를 것이고 이런 긴장이 한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할 것이다.

    ‘어린왕자’에서4) 지적하듯이 피로회복제를 마시며 매일 어디론가 달려가는 사람들이나 ‘모모’에서5) 회색신사가 시간을 계산하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 삶이다. 어른들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뭔가 시간에 쫓기는 나날을 살고 있다. 이런 삶 속에서 차분히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는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고누를 가르치다보면 늘 벽에 부딪치게 된다. 방법도 듣기 전에 ‘시시해요, 재미없어요’로 시작해서 어렵게 설명하면 ‘이거 해야 돼요?’로 코를 빠뜨린다. 인터넷 게임이나 핸드폰에서 제공하는 입체적이고 동적인 놀이에 비하면 고누는 너무 평면적이고 정적이라 일단 거부감이 심하다. 일상적이고 친숙한 놀이 환경과 전혀 다른 조건에서 펼쳐지는 이 놀이에 대한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고누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지도하기가 불가능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 기계에 의한 입체성과 역동성은 어쩌면 시선을 붙잡기 위한 몸부림이요 한계를 가리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 고누는 마주 대하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생각의 치열한 싸움이며 놀이가 전개되면서 느끼는 긴장감과 쾌감은 단순 반복적이며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스토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재미를 안겨준다. 기계에 의한 게임은 하면 할수록 에너지가 소모되고 좌절을 안겨주는 반면 고누는 할수록 자신을 잃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고 놀이가 끝나도 긴 여운을 남겨 삶의 활력이 된다. 다만 처음에 전혀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놀이 환경이기에 그 맛을 느끼기 전에 거부감이 드는 것일 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도 옛 놀이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위에서 예로 막걸리 내기를 들었듯이 ‘고누왕’을 선발한다고 하면 고누를 잘 두어야 할 필요를 느끼고 그러다보면 신중하게 두게 되고 어느새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바둑돌을 10개씩 주고 지면 1개씩 빼앗기고 이기면 따는 방법도 유효하다. 잃게 되면 속이 상하고 왜 졌는지를 생각하게 되면서 고누의 맛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다.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되어 놀이판의 다양성과 전개 방법의 독창성을 획득한 놀이, 게다가 모든 연령의 국민이 전국 곳곳에서 즐기고 아꼈던 놀이인 고누는 한국의 대표놀이로 손색이 없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어디로 가기만 하는 때에 고누는 자신을 돌아보고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길러 준다는 의미에서 새롭게 조망되어야 한다.


    1) 무야라마지준, 박전열 역, 『조선의 향토오락』, 집문당, 1992.


    2) ‘우물고누 첫수’란 우물고누의 규칙에 우물가에 있는 말을 처음 움직이면 놀이가 끝나기에 규칙에 처음 두는 사람은 이 말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 따라서 누가 두어도 그 말을 움직이지 못하고 중간에 있는 중앙으로 가기 때문에 이 말의 쓰임은 ‘당연하다’와 ‘규칙(이치)에 맞다’는 두 가지 뜻을 갖고 있기에 당연하다보다 더 강한 뜻으로 쓰인다.


    3) 장장식, 「한 ? 몽 고누놀이 비교연구」,『비교민속학 22집』, 2001, 67~87.

    몽골의 <낙타의 발굽>은 우물고누와 놀이판과 놀이방법이 동일하다. 장애물의 이름 역시 ‘우물’이다. 사막지방에서 비롯되어 예로부터 전해오는 놀이로 말판이 낙타의 발굽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4) 생덕쥐베리, 강인순 역,『어린왕자』, 지경사, 2000.

    “사람들은 특급열차를 집어타지만 무얼 찾아가는지를 몰라”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피로회복제를 마셔가며 그저 바쁘게만 뛰어 다니려고 한다.


    5) 미카엘 엔데, 정익순 역 『모모』, 이가출판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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