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보도에 따르면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아 공항 안에서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돼버린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들의 상황을 보면 영화 터미널은 너무나 낭만적이다.
23일 밤 인천공항 지하 1층 광장. 카트를 끌고 가는 고령의 한 외국인 여성이 포착됐다. 이내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더니 바로 잠을 청한다.
지난해 말 한국에 입국한 이 여성은 그동안 공항 내 면세구역을 전전하다 정식 입국절차를 밟은 뒤론 거처를 대합실 쪽으로 옮겼다. 춥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도실에서 자고 화장실에서 씻어서 괜찮아요”라고 담담히 말한다.
이 여성의 국적은 독일. 한국 거주권이 없어 3개월 후에 떠나야 하지만 경제력이 없다. 딱한 사정을 안 공항 측은 스위스에 사는 자식들을 수소문해 연락을 취했지만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연락을 끊었다.
한국 공항 안에서 유럽판 고려장이 벌어진 셈이다.
또 다른 여성 이 모씨는 63살의 한국인이다. 20년 동안 미국 이민생활을 하던 중, 지난해 8월 아들을 만나러 한국에 왔다 이런 신세가 됐다.
이 씨는 “아들하고 딸이 미국에 있어요. 딸이 전화가 와서 오빠가 한국에 갔으니까 한국으로 가야한데요. 아들을 찾아야 해요”라고 말했다.
오랜 바깥 생활에 지친 모습의 이 씨. 그는 아들 생각에 울먹이며 “아들이 엄마 얼굴을 못알아볼 정도로 얼굴이 상해 있어가지고… 5일, 6일 굶어서….”라고 말을 잇지 못한다.
이곳 공항엔 이런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렘과 만남의 장소인 공항이 이들에겐 자식들에게 버림받아 내쳐진 생이별 장소가 되고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 윤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