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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직분과 직책IMMANUEL 2013. 8. 13. 14:48
교회의 직분과 직책 이야기
'섬기다'란 기독교인이라면 매우 익숙하지요. 그러나 막상 '섬기다'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질문하면, 정확하게 대답하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듯 해요. 그냥 막연하게 추상적인 대답이 대부분이지요.
성경원어적인 의미에서 '섬기다'는 '종이 식탁에서 시중들다'라더군요. 물론 '순종하다', '제사장으로 봉사하다'등의 의미도 있대요. 이 외에 '주인의 종'이나, 그냥 '일꾼'이란 의미도 있다네요.
'저는 OO교회를 섬기는 OO입니다'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이들을 많이 보셨지요? 교회를 섬긴다? 어떤 의미일까요? 이해가 되나요? 난 알듯알듯 하면서도 자꾸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되요.
과연 'OO교회를 섬기는'이란 무슨 의미할까요? OO교회 식탁에서 시중드는 사람? 아니면, OO교회에 순종하는 사람? 웬지 어색하지요? 그러면, OO교회에서 제사장으로 봉사하는 사람? 아주 그럴듯 하네요.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니 그것도 어색해요. 여기서 제사장이란 구약적 개념의 제사장인데, 오늘도 그런 제사장이 존재할까요?
그러면 OO교회의 종이라거나,
OO교회의 일꾼이라는 말일까요? 아주 그럴 듯 하네요. 그렇지만 종과 일꾼이 어떤 신분인지 바르게 알고나 한 말일까요? 바르게 안다면 쉽게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져서요.
교회에는 목사, 장로, 권사, 집사 등 여러가지 호칭들이 있어요. 어떤 호칭은 항구적이라 하고, 어떤 호칭은 임시적이라 하지요. 이런 호칭들은 교회의 직분일까요, 직책일까요? 그게 그거 아니냐고요? 천만예요. 직분과 직책은 서로 비슷한 듯이 여겨지지만, 동의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미를 지녔어요. 그래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요.
먼저 직분이란 직무상의 본분을 의미해요. 여기서 본분은 신분과 관련이 있구요. 그러나 직책은 직무상의 책임을 의미해요. 여기서 책임은 임무와 관련이 있구요. 그렇다면 교회의 호칭들은 직분과 직책, 이 둘 중에 어떻게 인식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오늘날 한국교회는 대체적으로 교회의 호칭을 직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다수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것을 성직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아요. 성직이란 대체로 직분이라는 인식에 근거하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수적인 경향을 따라서 교회의 호칭을 직분으로 인식해야 옳을까요? 하지만 때로는 다수적 경향이 옳지 않을 수도 있지요. 그러므로 당장 교회의 호칭을 '직분으로 인식할 것인가, 직책으로 인식할 것인가?'는 유보하지요. 대신 직분과 직책의 서로 다른 의미를 좀더 깊이 살펴 보기로 해요.
직분은 직무상의 본분이라고 했어요. 여기서 본분은 신분과 관련이 있다고 했구요. 그렇다면 직분이란 먼저 전체 구성원들을 조직화시키고, 그것을 계층적 신분으로 나누어 나타나는 결과라 할수 있어요. 이런 직분은 구성원을 전체적으로 서열을 정하게 되지요. 이렇게 정해진 서열은 전체 구성원들을 나누어 계층화시켜 결국은 계급사회를 형성하게 하구요.
계급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상명하복(上命下服)이라 할 수 있어요. 또한 그것은 아주 철저하게 계급화된 서열위주로 탄탄하게 조직되지요. 그래서 서열이 높은 윗 사람은 명령하고, 서열이 낮은 아랫 사람은 무조건 복종하는 관계가 형성되지요. 이런 서열화된 계급사회에서는 아랫 사람이 윗 사람을 섬기는 일은 지극히 당연해요. 하지만 윗 사람이 아랫 사람을 섬기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어요.
그래요. 계급사회는 서열 높은 윗 사람이 서열 낮은 아랫 사람 위에 절대군림하는 것과, 그 반대의 경우는 절대복종만 존재하지요. 따라서 계급을 초월한 공존이란 절대로 존재할 수 없어요. 혹 아랫 사람이 윗 사람에게 사소한 저항이라도 하면, 그것을 하극상이라 하여 엄하게 다스리지요.
직책은 어떨까요? 직책이란 직무상 책임을 의미하고, 여기서 책임은 임무와 관련이 있다고 했어요. 또한 임무란 일과 관련이 있고, 그것은 역할로 이해할 수 있지요. 여기서 역할이란 전체 구성원들이 각자의 기능적 능력을 따라, 어떤 일의 영역을 서로 나누어 한 부분을 맡게 되는 것을 의미해요.
따라서 직책에서는 어떤 역할이 영역과 나눔에 있어서 우열이 있을 수 없고, 지위의 높거나 낮음도 있을 수 없어요. 오직 역할에 따라 서로가 평등한 관계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뿐이지요. 이런 조화가 서로를 상부상조하게 하고, 이런 상부상조가 모범적 공동체를 이룰 수 있게 하구요.
예수님은 당신이 이 세상에 오신 이유를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오셨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최후의 만찬자리에서 제자들에게 참 섬기는 것이 무엇인지 친히 모범을 보여 가르치셨지요. 제자들의 발을 직접 씻어 주시면서요.
그 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의 주요, 선생으로 너희의 발을 씻겨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겨 주는 것이 옳으니라'고 말씀하셨어요. '발을 씻겨주는 것이' 섬김의 바른 태도요, 이것은 '서로해야 할 의무인 것'을 가르쳐 지키라고 명령하신 것이지요.
참으로 섬기는 것은 다른 사람의 발을 씻어주는 것과 같아야 해요. 본래 다른 사람의 발을 씻겨주는 일은 신분이 낮은 종이 할 일이지요. 그 종은 어쩌면 식탁에서 수종드는 종보다 더 낮은 신분일 수 있어요. 그런 종이나 해야 할 일이 섬기는 일의 본질이라고 가르치신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일을 서로가 서로에게 하라고 명령하셨구요.
이제 교회의 호칭을 어떻게 인식해야 옳을까요? 직분일까요, 직책일까요? 어떤 인식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세요? 이제 앞에서 잠시 유보한 것을 합당하게 결정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이제는 교회에서 목사, 장로, 권사, 집사 등의 호칭들이, 더 이상 성도들과의 사이에서 서열이 되거나, 계층을 나누는 계급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각자의 기능적 능력에 따라 어떤 일의 영역을 서로 나누어, 그것의 한 부분을 맡게 된 역할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서로의 역할을 상부상조하여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공동체를 이루는 삶을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하려면,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자리에서 가르쳐 당부하신 말씀대로 살아야 해요. 가장 신분이 낮은 종의 자세로, 서로가 서로의 발을 씻겨주는 그런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해요. 지금까지 그런 삶을 사셨나요?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당장 그렇게 살기로 결단하지 않으실래요?
2013. 8. 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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